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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노동조합 무력화의 유효한 무기'
[기획:근로자파견법②] 파견법의 도입과정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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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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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은 1998년 2월 20일 제정되어,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물론 파견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불법적인 파견은 존재했고, 사용자측의 합법화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매번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무산되었다.
파견법 5년, 불법 파견 더 늘고 파견노동자 탄압은 합법화
96년 겨울의 노동법 날치기로도 풀지 못한 사용자들의 이 숙원은 노동자들이 IMF 폭풍을 맞고 있는 사이에 이루어졌다.
1997년 12월 24일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1998년 2월 중에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IMF측과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합법화 △정규직의 일자리를 파견으로 대체△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것으므로 노동자들은 반대했지만 정부와 사용자측은 파견법의 제정이 불법파견을 규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파견법 도입 5년. 그러나 당시보다 불법 파견은 더 늘었고 파견노동자 탄압만이 합법화되었다.
현대중공업에만도 150여개의 사내하청회사가 있을 만큼 이름뿐인 회사의 중간착취가 횡행한다. 파견노동자는 주기적으로 해고를 당한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임금수준이 낮은 파견노동자는 사내복지에서의 차별은 물론 인격적인 모욕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아산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노동자가 2003년 월차휴가를 요구하다 목이 졸리고 식칼로 왼쪽다리의 아킬레스건을 잘린 사건은 파견노동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노동부는 현재 26개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근로의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거의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간착취의 합법화, 항시적인 해고위협"
파견법 시행 이전 직업안정법은 "자기가 고용하는 근로자 또는 자기의 지배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공급계약에 의해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것(동법 제4조)”을 특수한 경우(노동부장관의 허가를 얻은 노동조합)를 제외하고 금지했었다.
노동부는 1993년 6월 불법적인 파견근로를 단속하기 위해 '근로자공급사업지도' 지침을 마련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근로자공급사업은 중간착취, 고용안정 저해 등 부정적 측면이 많기 때문에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해 노동조합이 허가를 받아 행하는 경우 외에는 전면 금지"되며 "확산일로에 있는 불법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93년까지는 정부마저도 파견법이 중간착취와 노동의 불안정성을 가져온다고 인정한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지만 현재에도 이 문제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첫번째 중간착취의 문제를 살펴보자.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지만 파견노동자의 경우 인력공급업체의 중간착취 때문에 그보다 더 떨어져, 정규직의 54.3%에 불과하고 불법파견노동자들은 그나마 파견노동자보다 더 낮은 임금(42.3%)을 받고 있다.
'정부추진안 비판 및 바람직한 법제도 개선 방향(주진우, 2003)'에 따르면 인력공급업체의 중간착취율은 대략,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5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고서에 인용된 인천제철의 사내하청업체인 거림산업의 경우를 보자.
“거림산업이 인천제철로부터 인건비로 받는 돈은 1인당 1일 55,000원(1개월 1,650,000원)이다. 반면, 거림산업이 노동자들에게 주는 기본급은 월 337,600원이고, 3교대 근무를 할 경우 월 총 실수령액 643,742원에 불과하다. 거림산업이 중간에서 노동자 1인당 1백만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고 있는 셈이다”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파견업체에 떼어먹히는 수당을 합하면 중간착취는 더 늘어난다.
원청은 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인력공급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며 노동자 고용을 맡기는가. 원청이 파견근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저임금과 노조의 무력화는 하청(인력공급업체)에 쓰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점인 노동의 불안정성은 사실 사용자들이 파견근로를 합법화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 이유, 노동의 유연화다.
2000년 6월, 전국에서 파견노동자 수만명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파견법이 98년 7월 시행되었으니 정확히 2년 후의 일이다. 파견법 6조 3항이 규정하고 있는 '2년 이상 계속 사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법조항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시행 5년, 파견법은 노동조합 무력화의 유효한 무기였음이 드러났고,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한 압박과 저임금 특히 주기적 해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2년이라는 파견 기간 외에도 사실상 파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법파견의 경우 도급해지라는 형식을 통해 언제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인사이트 코리아에서 한국통신계약직, 캐리어사내하청에서 성서공단노조의 대구산업, 그리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이르기까지 최근 기억되는 노조탄압사례들은 거의 이런 경우다.
노동전문가들 "근로자 파견법 폐지, 직접고용원칙 정립이 대안"
노동부는 현재 파견확대를 추진하면서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명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파견법이 불러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장기적으로 근로자파견법 폐지, 직접고용원칙 정립이외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현재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제도의 정비가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감독이다. "제조금속 업종만 해도 40%가 넘는 불법파견, 아니 현대중공업 150여개 하청기업을 조사하기에도 현재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다. 현장에 대한 지속적 감독과 감시가 없으면 불법 파견을 막을 수 없다."고 경실련 정책국 차은상 간사는 말한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실장은 "간접고용과 관련하여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사용자개념의 정상화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익의 귀속 주체이면서 해당 노동자에 실질적 권한을 갖는 사용사업주가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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