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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노조 열흘간의 전면파업, 무엇을 남겼나? 비정규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 자정 나서	2004/05/10

기사 출처: 매일노동뉴스

▲ ⓒ 매일노동뉴스 김경란

전국타워크레인노조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1,400여명의 조합원 중 1,000여명이 상경해 파업에 가담했고 그 중 절반 정도의 인원인 500여명이 아무리 자신들이 평소 일하던 일터라고는 하지만 80m상공에 올라 일제히 고공농성을 단행했다. 그 결속력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위를 장악한 싸움이었지만 이번 타워노조의 파업이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으로 조직된 노조가 불법파견및 소사장제 근절, 업계 최저임금 인상 등 그 내용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 있다.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 구조 경종

이번 파업에서 노조가 끝까지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웠던 것은 ‘불법파견 소사장제 철폐’였다. 원래 건설업은 현재 파견법의 허용대상 업종이 아니다. 또한 원칙적으로는 하도급의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타워크레인은 위험장비에 속해 있어 파견근로를 허용할 경우 안전책임도 소홀할 수밖에 없어 현장 안전문제가 심하게 위협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타워임대업체들이 타워기사 한 명에게 사업자 등록을 내게 하고 기사 몇 명을 고용하는 이른바 ‘소사장제’를 도입하면서 간접고용 형태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타워기사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 소사장들은 몇 명의 인맥을 유지하면서 임대업체로부터 받은 용역금액 중 15~65% 이상을 중간에서 가로채 왔다. 이러한 고용형태는 불법적인 파견근로일 뿐 아니라 타워업무를 하도급 받은 임대업체가 소사장에게 다시 도급을 주는 것으로,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기사 고용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사장제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조가 이 소사장제에 대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이유는 일단 타워기사들의 임금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불안한 간접고용으로 고용된 기사들이 노조를 속속 탈퇴하면서 조직력에 대한 위협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03년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노조가 이번 파업을 통해 요구해 왔던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이나 불법용역 폐지 등은 이미 약속받은 바 있지만 소사장제가 만연하면서 자연히 단체협약은 무용지물 상태에 놓였다.

노조가 요구한 파주교육원 폐지도 사실상 이런 불법용역 근절과 연관된 요구사항이다. 파주교육원은 사용자단체인 타워경영안전관리자협회가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타워기사 양성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곧바로 투입되는 수료생의 경우 현장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설현장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사장에 고용된 저임금 기사의 대부분이 싼 임금이라도 고용을 하는 수료생들이라는 것이다. 한 수료생의 경우 소사장은 타워임대업체로부터 위탁금으로 1인당 월 320만원을 받았음에도 정작 자신은 120만원을 지급받고 있었다.

비정규직노조 대규모 처우개선 신호탄

사실 비정규직노조가 임단협 교섭 자체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조건을 악용해 임금을 조금 올리는데도 업체폐업으로 위협하고 계약해지를 빌미로 해고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번 타워노조의 파업에서도 50% 이상이 타워임대업체로부터 해고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조합원들은 말했다.

▲ ⓒ 매일노동뉴스 김경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타워노조 조합원들은 열흘이 넘는 기간동안 임금인상과는 일단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불법파견 금지나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등의 요구를 시종일관 유지했다. 실제 노조는 당초 14.4%의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나 불법파견 금지 등을 관철시키는 댓가로 임금인상은 5.4% 수준에서 정리했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양보하면서까지 관철시켜냈던 불법파견 금지는 비단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도 직결돼 있지만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이유로 오히려 파견근로 허용업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 매일노동뉴스 김경란

정부는 현행 파견법으로 이미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 근로를 포괄할 수 없는 만큼 아예 26개 업무에 한정해 있는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건설현장의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며 줄곧 요구해 불법용역ㆍ파견 확산 고리를 차단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올 하반기 비정규 보호입법 마련 과정이나 이달 말께부터 본격화될 임단협에서도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정규직화 △주5일제 전면실시·일자리 나누기 △최저임금 월 76만6,140원 확보 및 사회공헌기금 쟁취 △산별교섭 쟁취 등을 주요 투쟁 요구안으로 하고 이를 중심으로 각 연맹·노조별 교섭을 벌인 뒤 6월 중순께 투쟁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파업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규직의 임금 양보가 필수적이라는 최근 자본과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비정규직 스스로들이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불법적인 하도급 구조를 막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노조 오희택 사무국장은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노동자들의 노동의 댓가를 착취하는 악재였음에도 워낙 뿌리깊은 병폐여서 근본적인 치유는 하지 못한 상태”라며 “타워크레인에서부터 불법용역, 소사장제를 근절시켜내면서 앞으로 건설현장 전반의 불법 다단계 구조를 없애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란 기자

천지인

사 심만 버리고 정당하게만 하면 참.....???

2005-05-07
08:10:29 x

2018-11-05
11:06:1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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