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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는 투표도 ‘차별’받아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 유급휴일화 촉구…현행 선거제도 헌법소원도	2004/04/12

기사 출처: 시민의 신문

민주노총은 6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건설일용직농자와 민간 서비스노동자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체노동자의 70%에 달하는 8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도 차별받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건설일용직노동자 1백80만명과 민간서비스 노동자 5백만명 총 6백80만명은 오는 4·15총선에서 투표자체가 박탈될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4월15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건설일용노동자·민간 서비스 노동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관공서의 경우 자동적으로 임시 공휴일이 적용되어 유급휴가를 받게 되고 노조가 있는 사업장·월급제 사업장은 ‘선거일의 유급휴가 여부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선거제도에 의해 임시 공휴일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임시공휴일’에 투표하는 것은 ‘그림의 떡’일뿐이다. 이들은 투표를 위해 근무를 하지 않으면 일당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해고되는 경우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전국건설산업연맹·전국민간서비스노조는 6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건설·서비스 노동자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또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 건설일용노동자 투표권 보장을 위한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민주노총 등은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 건설현장 투표권 보장 △선거일에 서비스 사업장 12시 개점을 실시해 투표권 보장 △백화점, 할인점, 호텔에 투표소를 설치해 서비스노동자 투표권 보장 △부재자 투표제도 개선을 통한 건설노동자 투표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4월 15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는 관공서의 휴무일뿐이며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선거법은 선언적으로 선거권만 보장하고 있을뿐 유급휴일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건설일용노동자들과 휴일에는 업무량이 급증하여 투표일에도 곱빼기로 일해야 하는 민간서비스노동자들은 투표에 참여하려면 하루 임금을 포기해야 하고 심지어 다음날부터 일자리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1백80만명에 달하는 건설일용직노동자의 경우 전체의 70%이상이 건설산업 특성상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근무시간도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하루 11시간이 노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출근전, 퇴근 후 투표를 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투표를 하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지만 최근 철강대란과 건설경기 위축으로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투표참여는 '실직'으로 이어져 생존권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이 4월 15일 휴무를 계획하고 있는 현장은 단 한곳도 없었으며 건설일용노동자 90%는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기수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은 "현재 투표제도로는 8백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표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은 백화점, 호텔 등에서 일하는 민간서비스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평일 대비 휴일 근무가 가중되고 있어 '임시 공휴일'인 4월 15일 투표한다는 것은 남의 얘기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민간서비스노조)은 "대목으로 인식되는 선거일에 투표를 하러 결근한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포기할 만큼의 용기가 없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근으로 인한 임금감소는 전체 산업중 가장 임금수준이 낮은 서비스노동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서비스노조는 "투표참여로 인한 결근은 동료 노동자가 자신의 몫까지 두배로 일을 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직장내 왕따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면서 "정규직도 이러할진대 70%에 이르는 비정규 계약직, 용역파견직,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투표란 일자리 자체를 잃게 되는 사치스런 모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부재자투표제도도 '비정규직 차별'

선관위 등은 투표참여 논란이 있을때마다 '부재자투표' '거소투표' 등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백80만명의 건설일용노동자 70%이상이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건설일용직노동자의 경우 부재자투표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말한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현행 부재자 투표제도는 부재자 신고를 하거나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2일은 소요해야 하고 부재자 투표시간도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로 제한되어 있어 2일의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부재자 투표소 설치도 2천명이상이라는 기준을 비롯해 설치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부재자 투표 설치는 엄두고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더욱이 건설현장처럼 산업특성상 부재자 투표가 당연히 예상되고 있는 곳에 대해서도 부재자 투표에 대한 홍보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건설산업연맹은 2002년 지방선거때부터 건설일용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중선위에 대책수립 촉구했고 2002년 6월 민주노동당과 함께 선거일의 유급휴일 지정법안을 입법청원했지만 16대 국회에서 심의조차하지 않았다. 2004년에도 부재자투표 시간 연장을 요구했지만 중선위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봉귀(36. 건설일용직노동자)씨와 건설산업연맹 민주노동당 후보(정광수 인천 남구 갑 후보, 이준모 안산 상록 갑 후, 정형주 경기 성남 중원 후보, 김미희 경기 성남 수정 후보)들은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현행 공직선거 부정방지법 제6조 및 근로기준법 제9조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피청구인(대한민국 국회)이 국회의원 총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규정하는 취지의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청구인에게 보장된 국민주권, 선거권, 생존권을 침해한 것으므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 제1조 국민주권, 제11조 평등권, 제24조 선거권, 제25조 공무담임권, 제34조 생존권, 제41조 평등선거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은 건설노동자 투표권 침해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국회입법 재추진 △부재자 투표제도 개정 △4·15총선에서 건설 현장별로 선거일 휴무 요구 및 투표참여 홍보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4월 15일 대구지역에서는 건설노동자 체육대회를 통한 투표참여 운동도 진행된다.

한편, 선관위는 사측에 선거참여가 가능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장내 유급휴일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

2018-11-05
11:06:17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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